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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스피치

230612 3분스피치 쉼이있는 우윤재

이은진 | 23.06.12. 14:50:39

 

오늘 저는 제가 저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삶의 상처이자 이 상처로부터 자라난 하나의 작은 새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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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픈 기억 하나씩 있듯, 저 또한 굳이 떠올리고 싶진 않은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첫 기억은 엄마를 힘들게 하는 무서운 존재로서의 모습이었습니다.
“맞벌이를 하시는 엄마와 아버지 모두 비슷한 시간 때에 집에 들어오십니다. 두 분 다 온종일 일을 하다 보니 지치신 것 같습니다. 여느 날처럼 엄마는 부엌으로 요리하러, 아빠는 방으로 텔레비전을 보러 들어갑니다. 두 분 모두 직장에 다니지만, 가부장적인 사고관을 가지신 아버지는 아내는 요리를 해야 하고 남자는 쉬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30분이 지나고,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된장찌개를 먹습니다. 아빠는 은근히 눈치를 주며 반찬 투정을 하고 또 하루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풉니다. 결국 그날 밤, 저는 화장대 옆에 쭈그려 우는 엄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아버지로부터 제가 배운 것은 폭력성이었습니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보며 ‘나는 이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저도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 고등 시절을 보내며 늘 불안정함 가운데 있었습니다. 살짝이라도 손을 대었다가는 톡 하고 터져버리는 봉숭아처럼,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건드렸다가는 터져버리는 화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선생님, 친구들과 마찰을 겪기 일쑤였습니다.
나를 건드린 사람에게는 등을 돌리고 자꾸 나 스스로를 벼랑 끝에 몰아세웠습니다. 그러고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런 과거를 겪었고,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니까 이런 행동을 하는 걸 거야'라고 되뇌이며 과거의 상처를 방패 삼아 제 잘못을 덮으려고만 했습니다.
몇년동안 이 잘못 저지르는지도 모른채 반복하다가 문득 저를 보았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깨닫게 되자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성처를 방패삼지 않겠다고, 잘못을 합리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대신에 이 상처를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지켜주는 검으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 상처를 숨기고 아파하는 대신,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아버지께 받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줄 수 있는 위로가 아닙니다.
이것은,
부모님이 이혼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새아빠와의 관계가 힘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입니다.
물론 상처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호하는 검이 되려면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많습니다.
아버지께 받은 상처에 대해 사과를 구하고 용서를 해내어야 하며,
부모님이 이혼했기에 생긴 상처를 딛고 일어나야 하며,
새아빠를 내 아빠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며,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나야 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커가야 합니다.
솔직히 쉽지 않은 일들입니다. 아직은 친아빠를 용서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또 아직은 새아빠를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비유가 떠오릅니다.
넘어져서 다쳤을 때 생긴 딱지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흉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신에 아프겠지만, 아프더라도 꾹 참고 솜으로 그 딱지를 조심스레 떼어내고 그 자리에 반창고를 붙여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훙터 없이 새살이 돋아날 것입니다.
용서와 사랑의 과정은 아플테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딱지를 떼고, 반창고를 붙여려고 합니다. 그리고 새살이 돋아나는 그 더딘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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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도 분명 마음에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실 겁니다. 상처의 모습도 크기도 제각각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처럼 상처를 방패 삼아 자신을 지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자기 상처를 감추기에 급급하면 결국 혼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지도 모르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직면한 분들이 계시다면 저와 함께 그 상처를 위로의 통로이자 보호의 검으로 삼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들과 같은 처지를 겪으며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세요.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삶일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 제 인생을 건 중요한 약속을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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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는 해내지 못했던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반드시 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제 미래에 배우자에게 영상 편지 남기고 마칩니다.

(BGM - All you need is love)
누나!
(아니 제가 연상을 좋아해서..ㅎ 아 근데 혹시 동갑이나 연하일수도 있으니까.. 여성이라 하겠습니다)
여성!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앞서 약속한 것처럼 그대에게 좋은 사람될게.
좋은 아빠이자 남편 될게.
혹시 우리 다투거나 권태기를 겪는다면 이 영상을 보자.
사랑해~

 

*영상편지 시 사용한 BGM은 The Beatles의 'All you need is lov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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